정보 디자인의 영역
정보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이해되는 하나의 단위로 볼 때 그 기초가 되는 것이 데이터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질서가 없는 상태로, 생산자에게는 유용하나 사용자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적절치 않다. 정보를 디자인하는 영역은 사용자가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의미를 부여하고 사용자 콘텍스트를 고려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정보가 개인화되면서 지식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정보를 통합하고 축적하는 다양한 방법에서부터 전달 방식과 매체의 활용까지를 정보 디자인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정보 디자인은 정보의 목적과 특성에 따라 그 방법과 형식이 다르지만 크게 보면 기존의 시각 디자인과 관련이 깊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실용적인 지식을 전달하고 구축하기 위해 정보를 조직화하고 정보 미디어를 활용하기 위해 다른 분야와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보 디자인의 차별적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즉, 디지털 기술과 관련 있는 분야나 HCI, 인지와 지각 심리, 건축 환경, 마케팅, 미디어 분야 등과 연계된다. 정보 디자인은 권유와 설득을 위한 표현보다는 지시나 설명을 위한 정보 전달에 중점을 두며, 정보의 사용자와 용도가 다른 디자인 영역보다 상대적으로 광범위하다.
- 미디어별 구분
정보 디자인의 세부 영역을 구분 짓기란 다소 모호할 수도 있지만 정보를 담고 있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인쇄 매체에서는 다이어그램 등을 이용한 설명도, 위치 정보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를 표현하는 지도, 안내도를 들 수 있다. 또한 매뉴얼, 과학이나 의학 학습과 연구를 위한 그래픽, 레이블, 서식, 전화번호부, 뉴스와 비즈니스를 위한 정보 그래픽 등도 이에 해당한다. 컴퓨터나 영상 매체에서는 웹 사이트나 CD-ROM, 멀티미디어 키오스크와 같은 안내 시스템, 방송 그래픽, 그리고 정보 매체를 위한 인터페이스와 인터렉션에 관련된 제반 사항으로 나눌 수 있으며, 웹 사이트에서 정보를 조직화하는 개념인 정보 설계도 포함된다.
또한 공간과 환경을 위한 매체에서의 정보 디자인은 박물관이나 공항과 같은 공공건물, 야외 시설, 행사 안내를 위한 정보와 사인 시스템 등을 들 수 있고, 교통과 관련해서는 노선이나 요금, 시간, 티켓 정보, 표지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 목적별 구분
정보 디자인의 영역은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와 관계없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려는 정보의 속성에 따라 크게 원리와 방법, 지식과 연구, 길찾기와 안내, 제품과 가상공간의 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원리와 방법
원리와 방법을 위한 정보는 어떤 현상이나 시스템의 기본 법칙, 작동과 행동의 절차와 순서를 설명하는 것이다. 원리란 사물이나 현상의 기본이 되는 이치나 법칙 또는 근거나 보편적 진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원리의 정보는 사용자가 시스템을 잘 이해하여 올바른 심성 모형을 구축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시스템의 유용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방법이란 무엇을 하기 위한 작동이나 행동의 절차를 말한다. 방법을 위한 정보는 사용자에게 제시하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며 준수해야 할 행동 요령에 체계성을 갖추는 것이다. 방법과 유사한 개념으로 테크닉이 있다. 테크닉은 방법보다 좁은 의미의 개념으로 특정 목적의 실행이나 표현의 형식, 수단을 뜻한다. 디자인 과정에서 연필이나 물감 사용이 테크닉이라면 방법은 이러한 테크닉을 이용해 몇 단계로 구성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다양한 기술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방법을 위한 정보 디자인에서는 사용자의 특정 목적과 가치에 따라 테크닉을 선택하여 체계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리와 방법은 용어의 정의상 유사한 의미를 지닌 만큼 관련성도 깊다. 그러나 원리를 위한 정보 디자인은 전체 시스템에 관한 포괄적이고 근본이 되는 것을 다루며 시스템의 기본 진리나 지혜를 표현하는 것이다. 반면에 방법을 위한 정보 디자인은 대상을 절차적, 순서적으로, 더불어 부분적 설명과 묘사를 통해 표현한다. 그래프나 차트, 다이어그램 등은 통계, 뉴스, 학습을 위해 미디어의 특성에 맞추어 원리의 정보를 표현하는 형식이다. 또한 제품의 사용법, 지시나 안내의 경우가 방법의 정보를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식과 연구
지식은 정보의 상위 개념이며 필요에 따라 다양한 정보 경험을 통해 다른 관점과 방법으로 해석하여 가질 수 있다. 정보가 이용자의 목적에 맞을 뿐 아니라 유용하고 부가 가치를 창출할 때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가 흐름인 개념인 데 비해 지식은 축적의 개념이다. 생산된 정보가 지식으로 변환되어 쌓이지 않으면 그 가치가 소멸한다. 그러므로 지식이 우리의 내부에 있는 것이라면 그 원천이 되는 정보는 주로 외부에 있는 것이며, 지식은 본질적으로 개인 혹은 집단 내부에 체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지식을 'know - how + know - why + know -where + know +what' 으로 표현하여 실질적인 관점으로 해석했다.
지식은 엄밀하게 다듬어진 정보이자, 연구의 산물이기도 하다. 잘 디자인된 정보가 개인화 과정을 거쳐 지식으로 축적된다는 맥락에서 지식을 위한 정보 디자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보의 시각화가 추상적 데이터를 재배열하여 새롭고 가치 있는 정보 형태로 만든다면, 지식의 시각화는 사용자가 유사한 지식을 재구성할 수 있게 통찰력, 경험, 의견, 가치, 예견, 전망 등을 더하는 것이다. 또한 지식의 시각화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know-how, know-why, know-where, know-what 등을 담고 있어야 하며 최소한 두 사람 이상이나 집단에 잘 전달하고 이해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보의 개인화 과정에서 축적되는 산물로서의 지식을 시각화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지식과 연구의 정보는 사실적 내용을 과장 없이 객관적인 형식으로 조직화하고 시각화해야 한다. 여러 미디어에 나타나는 학습용 정보, 학술 연구 정보, 역사를 표현하는 연대표 등이 포함된다.
길 찾기와 안내
길 찾기란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고자 특정 공간에서 움직여 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길 찾기는 공간 인지와 이해로 목적지를 향해 실행에 옮기는 것이며 공간상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 과정이다. 또한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행위 능력이나 인지적 능력과도 관계있다. 길 찾기 과정은 1) 목적지 도달 방법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 2) 결정된 의사에 따라 길 찾기를 실행에 옮기는 것, 3) 길 찾기 정보의 해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간에 대한 적절한 정보는 길 찾기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요인이 된다. 공간 환경의 물리적 특성에 관한 적절한 정보 제공이 길 찾기를 위한 성공적인 의사 결정으로부터 얻는 지식의 이용과 관계되는 공간 지각, 공간 정보의 이용과 관계되는 공간 추론은 각각의 정보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바탕을 이룬다. 길 찾기 문제 해결에는 공간 지각과 공간 추론이 동시에 작용하며 길 찾기의 정보 디자인은 공간 추론을 위한 것이다. 공간의 특정 지점에 대한 상황과 지점들의 연결, 연결 통로와 같은 물리적 실체를 시각적 형식으로 표현함으로써 정보 사용자의 길 찾기에 대한 의사 결정과 실행을 도와주는 것이 길 찾기와 안내 디자인의 목적이다. 길 찾기 안내와 정보는 타 분야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예를 들어 공간의 안내는 건축 분야와, 교통 정보는 지리와 교통 시스템과, 컴퓨터 기술에 의한 가상공간은 컴퓨터 공학과 관련된다. 따라서 길 찾기와 안내의 정보 디자인 문제는 타 분야와의 긴밀한 학제적 접근이 필요하고 사용자 중심의 정보 구조와 형식에 의해 해결할 수 있다.
제품과 가상공간
제품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시켜 제품의 이용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품 정보디자인은 사용설명서와 같은 기본적 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식과 미디어를 통해 제품과 사용자를 연결해 준다. 제품과 연계되는 공공 서비스 및 상업적 서비스 등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며 서비스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하고 시각화함으로써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의 사용자 접속 상태, 방문 횟수, 행위, 바이러스 감염 상태와 같은 정보를 파악할 필요성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의해 가상공간에서의 정보 다루기가 중요해졌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용자를 위한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에서 가상공간에 적합한 정보 구조와 사용자를 위한 배열 방법, 해결 방법도 포함된다. 인터랙션이 사용자와 정보 간의 상호 관계를 의미하고 정보와 관계하는 방법이라면, 인터페이스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와 같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랙션은 사용자가 다양한 형식의 정보나 정보 표현 매체를 스스로 조정하고 조합하고 작동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기능과 프로세스를 사용자와 연결시켜 상호 작용할 수 있게 하는가의 문제를 다룬다. 이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들의 변화는 물론 다양한 상호 연관성과 실험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 이들 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효율적으로 시각화하는 것이 가상공간에서의 정보 디자인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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