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디자인
구텐베르크의 성서 인쇄 이후 그래픽을 이용하여 정보를 보여 준 최초의 인쇄물은 1751년 간행된 <백과사전>일 것이다. 프랑스의 문필가 드니 디드로가 편집을 맡은 이 사전은 당시 생활상과 과학, 기술을 설명한 총 17권 가운데 11권에 동판으로 인쇄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들어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18세기의 생활을 충실히 전달하고 있따. 이 사전은 후대에 250년간 백과사전 정보 표현의 본보기가 되었다.
기술 정보의 시각화
1900년대부터는 이전에 없었던 복잡한 구조의 공업 제품과 제조 과정 등이 등장하면서 더 이상 과거의 표현 방법으로는 기술 정보를 전달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설명이 가능하도록 내부가 보이는 단면도, 횡단면도, 분해 조립도와 같은 표현들이 등장했다. 1960년대에는 독자의 요구에 따라 출판사들이 수많은 가이드나 매뉴얼을 내놓았다. 그중에서도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펴낸 일련의 가이드 시리즈가 잘 알려져 있는데, 스토리보드를 이용하여 5,6단계의 그레이 스케일로 엄격한 양식을 유지했다. 1980년대부터는 어린이 책의 전성기가 도래했고 색상이 선명한 단면도 일러스트레이션이 많이 출판되면서 최신 기술 정보를 보여 주었다. 이 중 영국의 <이글> 잡지에 실린 애시웰 우드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도널드 캠벨사의 제트 엔진을 탑재한 블루 버드 자동차, 비커스사의 VOC10 여객기, 호버크라프트헬기의 횡단면 등을 표현했다. 또한 그는 영국 런던의 일반 전용 버스 회사의 운송 수단 정보를 위해 1856년의 마차와 1956년 신형 루트마스터 버스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비교해 주요 정보를 보여 주었다. 루트마스터는 한 층에 12명의 승객이 승차할 수 있으며,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에 비해 125마력의 힘을 낼 수 있다고 표현했다.
교통 정보의 시각화
영국의 헨리 벡은 지하철 노선 정보 지도의 원형을 디자인한 사람이다. 오늘날 거의 모든 지하철 노선도가 그의 디자인을 본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런던 지하철신호국의 전기 제도공이었던 그는 틈나는 대로 노선도를 고안했다. 지하철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지리적 정보를 우선적으로 전달하는 기존의 노선도보다는 승객 자신들이 어디서 탔고 목적지가 어디며, 갈아타는 곳이 어딘지에 대한 정보임을 깨달았다. 30여 년의 연구 결과, 그는 1933년 노선도에 거의 비슷한 간격으로 역을 배치하고 이용자가 이해하기 쉬운 간결한 선을 사용해 새로운 개념의 지하철 노선도를 디자인했다. 이는 그가 제도하던 전기 설계도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시범적으로 소량의 인쇄지도만 배포했으나, 사람들은 특별한 설명 없이도 지도를 보자마자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리적 중심의 지도보다 유용함을 알아차렸다. 이윽고 모든 지하철 노선도가 헨리 백의 것으로 교체되었고, 이것은 BBC 방송이 선정한 콩코드 디자인 다음으로 20세기 위대한 영국 디자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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